2008년 06월 28일
[감상] 다카세부네 - 모리 오가이
다카세부네는 죄인을 호송할 때 쓰이는 바닥이 평평한 배를 말합니다. 쇼베에는 이 다카세부네를 통해 죄인을 호송하는 일을 하는 관리인데 어느 날 남동생을 죽인 죄인 기스케를 만났습니다. 보통 이 배를 타고 가는 죄인은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불쌍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기스케는 휘파람이라도 불 것 같은 즐거운 표정을 하는 것을 쇼베에가 보고 기스케에게 말을 걸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글은 크게 기스케의 욕심이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와 남동생의 살해에 얽인 비극에 대한 이야기로 나누어집니다.
섬으로 유배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이 되지 않을 만큼 힘들게 살아온 기스케. 그런 기스케에게 있어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200냥(인지 푼인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어쨌든)의 돈은 비록 적은 액수이지만 이 정도의 돈일지라도 처음 만져본 돈 이였습니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닌 기스케를 보면서 쇼베에는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심정 이였습니다.
배가 고파 밥을 먹으면 국도 있으면 좋겠고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좋겠다는 등등 하나가 만족이 되면 다른 것을 바라게 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런 욕심을 멈추고 자신의 현 상황에 만족하는 기스케의 모습은 '나는 과연 어떤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스케가 어떻게 해서 남동생을 죽이게 됐을까’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제가 인상적이였던 부분도 이 부분 이였습니다. 형 기스케는 동생과 서로 도와가면서 비록 생활은 어렵지만 우애를 나누며 살아오던 중 함께 일을 하던 중 동생이 병이 들어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형인 기스케가 혼자서 돈을 버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불 위에 엎드려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모든 일은 동생이 '형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벌인 일이였습니다.
물론 동생의 입장에서는 형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괴로움과 병으로 인한 고통이 겹쳐서 벌인 일이였겠지만 기스케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살아가는 목적이 하나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비록 욕심이 없고 지금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기스케였지만 동생의 존재는 자신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였을 겁니다. 부모 없이 동생과 단둘이 어린 시절부터 근근이 살아온 정은 '가급적이면 두 사람이 떨어지지 않고 살아온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동생의 자살시도에 놀라고 동생의 죽고 싶다는 의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기스케가 결국 동생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고 마지못해 동생 목에 있는 칼을 뽑는 순간 평소 동생을 돌봐주던 이웃집 할머니가 이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동생을 편하게 해주고 나서도 그저 멍한 표정을 짓는 기스케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일이 이렇게 꼬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동생의 죽음과 함께 할머니가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기스케의 태도를 보면 할머니의 목격 이후 자신이 동생을 살인죄로 잡혀가는 현실에 대한 억울함은 없었을 겁니다. 물론 쇼베에가 마지막에 하는 고민인 이런 기스케에게 살인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존엄사문제에 대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보다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법적인 문제는 제쳐두고 기스케가 그런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에 대해 뚜렷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어쨌든짧은 단편이였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소설이였고 시간이 되면 이 작가의 다른 소설도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ps. 덤으로 이 단편이 실린 책이 2권 있었는데 전 녹색표지의 책을 골라서 읽었습니다. 읽고 나서 다른 책을 잠깐 봤는데 이 책이 저에게는 더 낫더군요. 좀 더 표현이 부드러웠다고 할까요. 먼저 읽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요.^^
# by | 2008/06/28 22:35 | Book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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